죽음을 부르는 유령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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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중간쯤에 있는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수십 년에 걸쳐 생성된 쓰레기 섬은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16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고 합니다. 이 섬의 80%를 차지하는 것은 플라스틱 성분의 쓰레기라고 하는데요. 어느 한 국가의 영역에서 생긴 섬이 아니기 때문에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신속하게 진행되기가 어렵고, 유입된 쓰레기들이 점점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먹이사슬 구조에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어류나 어패류는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 위에 커다란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바다오염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요.
바다 오염과 관련해서 최근 방영된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중 <씨스피라시>라는 작품이 공개된 후에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육지에서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므로 쓰레기를 줄이자 라는 인식을 가지며 생활해 왔는데, 실상은 이런 인식과는 다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씨스피라시>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씨스피라시>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이 지상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아니라 어업에서 발생한 쓰레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약 50%를 차지하는 것이 어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이며 그렇게 버려진 그물이나 낚시 바늘이 바다 속을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바다 속을 떠도는 그물에 걸린 생물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18년 멕시코 해안에서는 300여 마리나 되는 바다거북이가 버려진 어구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2월 하와이 섬 앞바다에서는 폐 밧줄에 꽁꽁 묶여 죽은 상어가 발견되었어요.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어획량의 10% 가량이 버려진 어업 쓰레기에 의해서 폐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 속을 떠도는 그물 같은 어업 쓰레기에 걸려 생명체가 죽거나 다치는 일을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 즉 유령그물 또는 유령어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유령그물에 갇혀서 죽은 생물이 미끼 역할을 하고 이를 먹기 위해 다가온 또 다른 생물이 연달아 죽는 끔찍한 악순환이 바다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해요. 그린피스는 매년 64만톤 규모의 유령그물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생선을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같은 소비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바다 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에는 완전히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깊은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유령그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유령그물은 발생한다고 해도 어디에서 누가 사용한 것인지 식별하는 것이 어려워서 행위를 적발하기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누가 사용한 것인지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며, 생분해 성분인 어망을 만드는 등의 대책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라남도에서 2026년까지 해양쓰레기 제로화 목표로 7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인천시에서는 해양환경 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120억원을 투입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수산어법을 개정하여 어구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구실명제’를 새로 도입한다고 합니다.
바다에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는 돌고 돌아서 결국 우리 사람에게도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바다 생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이버들의 목숨도 위협하며 선박 사고를 유발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아무리 넓고 깊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을 모두 받아내기에는 이제 무리인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는 전세계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바다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유령그물 문제에 대해서 전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