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 이야기
멀티탭 앞에 서면, 가끔은 제 생활의 단면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각기 다른 굵기의 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고, 그 위로는 작은 빨간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그 안에서 켜지고, 돌고, 충전되고, 연결되는 것들은 마치 지금의 우리 삶처럼 쉼 없이 움직입니다.
멀티탭은 분명 편리한 발명입니다.
한정된 콘센트로 여러 전자기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죠.
하지만 편리함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멀티탭에 끊임없이 꽂혀 있는 충전기, 쓰지 않지만 연결만 되어 있는 선,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불필요한 전기를 소모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를 만들어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삶은 종종 아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멀티탭의 전원을 끄는 일, 안 쓰는 플러그를 뽑는 일,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일—
그 모두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분명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요즘 저는 하루의 끝마다 멀티탭을 한 번 돌아봅니다.
‘오늘 내가 사용한 것,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 것’
그것들을 분리하고, 꺼내고, 잠시 멈추는 그 행동 속에서
저는 제 생활의 속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멀티탭에 꽂는 건 어쩌면 전자기기만이 아니라,
지친 몸, 복잡한 마음, 그리고 무심코 지나친 에너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멀티탭을 끄는 것이 세상을 위한 아주 조용한 선언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