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사해
페이지 정보
본문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 쪽에 위치하고 있는 ‘사해’(死海)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바다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호수라고 합니다. 사해라는 이름은 죽을 사(海), 바다 해(海)라는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죽음의 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죽음의 바다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사해의 물맛이 보통 바닷물보다 크게는 10배 정도 짤 만큼 소금 농도가 높고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도 높아서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죽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사해지만 소금 농도 때문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물 위에 뜰 수 있어서 실제로는 사람이 빠져 죽을 일은 없답니다.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사해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해요. 사해의 물은 30가지가 넘는 미네랄이 들어있어서 피부 건강에 좋다고도 알려져 화장품이나 세안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되기도 합니다. 사해의 진흙 역시 인기가 많아요.
하지만 다가올 2050년이면 사해가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관광지인 사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의 인구수가 급증하고 농업이 확산되면서 필요해진 물의 양도 증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댐과 운하들이 건설되기 시작했어요. 사해가 있는 중동지역은 비가 적게 오고 건조하기 때문에 농경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댐을 짓고 주변의 강물을 끌어다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요. 그렇게 건설된 댐에 가두어둔 물은 사해로 연결되는 하류로는 거의 방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요르단 강은 사해의 가장 큰 물 공급원인데요. 사해가 사라져가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요르단 강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에요.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요르단 강물의 90%나 농업 및 생활 용수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사해와 인접한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강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사해로 흘러가는 물의 양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어요. 1960년만 해도 13억톤의 물이 사해로 유입되던 것이 2000년에 와서는 2억8천만톤으로 대폭 줄어들고 맙니다. 게다가 주변의 광산업체에서 사해의 물을 끌어다 쓰는 양도 만만치 않았다고 해요.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사해의 물 높이는 지난 50여년간 40m 이상 줄어들었으며 최근에는 1년에 1m씩이나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해의 물이 줄어들면서 바깥으로 드러난 땅이 꺼지고 거기에 구멍이 생기는 싱크홀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물 밖으로 드러난 땅에 빗물이 스며들어가 땅 속의 염분을 녹이면서 내려앉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거에요. 사해 주변의 싱크홀은 3,000개 이상이나 발생하고 있어서 이 또한 심각한 문제인데요. 싱크홀이 많아지면서 주변 도로가 폐쇄되거나 전봇대가 쓰러지고 관광객이 구멍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사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손을 잡고 요르단의 남쪽에 있는 홍해에서 사해까지 운하를 건설하기로 결정하는데요. 이 운하 건설 계획을 ‘레드데드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수백km 떨어진 홍해의 물을 사해로 옮기는데 1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과연 인위적으로 물을 끌어오는 레드데드 프로젝트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홍해의 물과 사해의 물은 서로 염도와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섞였을 때 사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환경 단체들은 운하를 건설하는 것보다 요르단 강을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한 번 파괴된 환경을 다시 되돌리는 일에는 수많은 의견 충돌과 시간,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하지만 빠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사해는 2050년경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사해는 인간에게 좋은 진흙과 물, 소금, 풍경을 선물해주었지만 인간이 사해에게 준 것은 독약이나 다름없는데요. 과연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최종 합의한 레드데드 프로젝트가 죽어가는 사해를 되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때 입니다.